[from수원] 쓸쓸한 공석과 완벽한 반등의 엇박자

기사작성 : 2017-09-11 00:14

- K리그클래식 28라운드: 수원 3-0 전남
- 윤용호와 박기동의 데뷔골 기쁨
- 그들을 바라본 관중 수는 7,40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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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수원월드컵경기장)]

찌푸린 날씨, 축축한 공기, 눈에 띄는 공석. 성적과 인기가 함께 빛났던 빅버드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 속에서 3-0 스코어라인만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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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장내 스피커 음량은 여전히 쩌렁쩌렁하다. 몇해 전 새로 설치된 앰프의 성능은 지금도 참 좋다. 손으로 귀를 틀어막아야 겨우 다른 곳과 비슷한 크기로 줄어든다. 장내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인 탓에 불평하기가 어렵다. 다만 눈에 띄게 늘어난 공석이 주는 고독함이 거대한 필승의 외침을 쓸쓸하게 만든다.

경기 전 상황은 새로웠다. 국가대표팀의 조기 소집에 응한 덕분에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전남드래곤즈는 3주나 쉴 수 있었다. 문제를 고치고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양 감독의 표정에서도 왠지 생기가 느껴졌다. 어디선가 목욕재계라도 하고 온 사람들처럼 뽀송뽀송했다. 서정원 감독은 3주 준비에 만족스러워했고 노상래 감독은 허허실실 웃었다. 앞으로 치를 90분도 뭔가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일단 수원이 달라졌다는 점이 확실했다. 12분 만에 산토스가 골을 터트렸다. 지난 두 경기에서 골잡이의 부재에 땅을 쳤던 기억이 깨끗이 사라졌다. 4분 뒤 프로 첫 선발 출전한 윤용호가 데뷔골을 신고했다. 국가대표팀과 연습경기를 비롯해 3주 훈련에서 골 자신감을 얻은 결과였다. 전반 25분에는 박기동의 수원 이적 첫 골도 나왔다. 리그 28경기 만에 처음 골을 넣은 스트라이커에게 수원 팬들은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전남의 의지는 후반 4분 만에 꺾였다. 골대 쪽으로 달려가는 다미르를 고태원이 뒤에서 잡아 넘어트렸다. 처음 나온 노란색 카드가 VAR 판독을 거쳐 빨간색으로 바꿨다. 득점 기회를 고의로 무산시켰다는 규정이 적용되었다. 전남의 떨어지는 전의처럼 경기 템포도 느려졌다. 수원까지 ‘느림’에 엉겨 속도가 떨어졌다. 긴장감이 떨어져서인지 장내 소음도 시간이 갈수록 줄었다. 90분이 되기 전에 경기를 끝내는 편이 전남을 돕는 길이라는 동정심까지 생겼다.

축 늘어지는 시간을 견딘 경기가 겨우 종료되었다. 수원은 팬과 함께 만세삼창을 했다. 타슈켄트에서 헹가래는 어색했지만, 수원의 자축은 마땅했다. 리그 2연패 부진을 끊기에 3-0 대승만큼 멋진 결과는 없다. 분위기가 어수선해도, 날씨가 찌뿌둥해도, 상대가 너무 쉽게 무너져 긴장감이 덜해도 이날 완승은 수원에 완벽했다. 마치 사우나 수증기에 젖어 큰 대자로 누워 즐기는 나른함 같다.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승점 차이가 2점으로 줄었다. FA컵에서도 4강에 올라있다. 둘 중 하나만 잡아도 수원은 아시아 엘리트 클럽의 입지를 유지한다. 수원의 포만감을 담은 코멘트들이 이어졌다. 서정원 감독은 “후반전 골을 더 넣었어야 했는데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라고 사치를 즐겼다. 최고의 존재감을 과시한 김민우도 “더 넣을 수 있었는데 못 넣은 게 아쉬울 정도로 공격력이 좋아졌다”라며 웃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수원의 반등이 더 완벽했을지 모른다. 이날 빅버드 관중수는 7,401명이었다. 푸른색 천으로 가리고 남은 좌석도 절반을 채우지 않았다. 2002년 이후 관중 동원 1위를 일곱 차례나 차지했던 빅버드는 이제 없다. 관중수 뻥튀기 관행과 공짜표를 버렸다고 해도 올 시즌 수원의 관중 동원은 너무 쓸쓸하다. 직접 키운 윤용호와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기동의 첫 골, 대한민국 국가대표 염기훈과 김민우를 즐기기에도 너무 적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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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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