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잔치는 끝났다… ‘본선 32위’ 현실을 직시하라

기사작성 : 2017-09-06 12:47

- 월드컵 본선행, 쑥스럽다?
- 난제 풀지 못한 신태용호, 본선까지 남은 과제는?
- 투혼과 자신감을 회복하라

태그  

본문


Responsive image

[포포투=배진경]

초조와 안도의 감정이 뒤섞인 90분이 지났다. 씁쓸한 뒷맛만 남은 밤을 보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에 가까스로 합류했다. 최종예선 최종 2연전 무득점 무승부라는 결과 속에 이뤄낸 9회 연속 본선 진출. 찬사를 보내기도 겸연쩍다. 우리 스스로 티켓을 가져오지 못했다. 이란이 시리아에 승점 3을 내주지 않은 덕에 겨우 목표점을 통과했다. 현장에서 자축 세리머니를 펼친 대표팀의 온도는 국내 여론과 차이를 보인다. 잔치가 잔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태용 감독에게 모든 잘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의 실기와 실책 탓에 신임 사령탑의 선택지는 제한적이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본선 진출이라는 과업을 달성한 것만으로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10경기를 치르면서 풀어야 할 숙제는 잔뜩 쌓였는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끝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까지 9개월이 남았다. 준비하기엔 시간이 많이 모자라다. 실제로 팀이 모여서 신념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 조직력을 다지며 실전을 통한 과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전력과 전략으로는 본선에서도 2014년의 악몽을 지울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희망이란 냉정한 현실 인식 후에나 가질 수 있는 법이다.

Responsive image
우선 우리의 좌표를 확인해보자. 2002년 4강의 추억은 논외로 두기로 한다. 말 그대로 ‘신화’로 박제된 시절일 뿐이다. 2010년 원정 첫 16강 기억도 흐릿하다. 신태용호 1기 멤버 중 월드컵 승리 혹은 성공 경험이 있는 멤버는 기성용과 염기훈, 이동국 정도다. 더 이상 그 시절의 경험이 유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다. 월드컵 연속 출전, 최고 성적 등을 보유한 역사가 전력이 되려면 이번 최종예선처럼 매 경기 위기 상황일 때를 넘어설 수 있는 힘도 있었어야 했다. 현실은 아시아 예선에서 조 2위 자리를 두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정도였다. 한국 대표팀의 전력과 전략은 그만큼 간파되기 쉬웠다.

최종예선을 치르는 동안 아시아 판도 변화를 실감했다. 팀 간 격차가 급격하게 줄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나 오매불망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등에 업고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정책적으로 유망주 육성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UAE도 만만한 팀이 아니다. 이들을 두고 더이상 ‘축구 소국’이라 할 수 없다. 시리아는 또 어떤가. 내전이라는 악재가 오히려 홈-원정 구분없이 총력을 다하게 만들었다. 애초 A조 최약체로 지목된 그들은 알고보니 복병이었다. 이란, 한국과 비겼고 중국,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며 끝까지 분전했다. B조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 편입 후 2010년, 2014년까지 3회 연속 본선에 참가했던 호주조차 플레이오프로 밀릴 정도로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 물론 일본은 언제나 한국을 자극하는 라이벌이다. 그들은 일관성을 갖고 팀을 발전시키고 있다. 더이상 한국은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다.

Responsive image
이제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보자. 알다시피 월드컵은 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무대다. 신체적 특징이 뚜렷하고 힘이 좋은 아프리카, 압도적인 피지컬과 전술로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유럽, 기술로 무장한 남미와 북중미. 어느 대륙 어느 팀을 떠올려도 한국이 상대를 압도할 만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 월드컵 본선을 치렀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다. 2014년의 악몽 정도가 아니라 조별리그 3전 참패를 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력이었다. 2018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그리고 하게 될) 32개국 중 한국의 위치는 32번째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남은 9개월 동안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일단 원정에서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5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따지고 보면 지난 1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가 승리하지 못했다. 아시아 내에서도 이기지 못했는데, 러시아에서 벌어질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팀들과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지난해 6월 유럽 원정으로 치른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1-6으로 대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원정에서 얼마나 취약한지가 드러난다. 대한축구협회는 10월 예정된 A매치 기간을 유럽 원정 친선경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의 튀니지와 2018년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 등이 유력한 상대로 알려졌다. 생소한 팀과 적응 차원에서의 대진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필승 전략’을 짜고 붙을 필요가 있다. 골 결정력 개선, 수비 보강도 ‘이기는 축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본선을 준비할 수 있는 오답노트가 나온다.

Responsive image
또 하나, 베테랑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2014년에는 이를 간과했다. 하지만 이번 최종예선을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팀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염기훈이 대표적이다. 우즈벡전에 교체 출전한 염기훈은 3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을 뛰었을 뿐이지만 공격 난맥상이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벤치에서 봤을 때 선수들이 드리블보다 패스만 하는 모습이 보여서 내가 들어가면 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생각했다”며 “내가 (박)지성이 형, (이)영표 형과 함께 뛰면서 배웠던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팀 분위기를 돌려놓는 시야와 움직임은 경험으로 얻은 통찰이다. 염기훈이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기성용이 돌아와 그 역할을 해줄 수도 있고, 이청용이 1년 사이 경기력을 회복해 그 짐을 나눌 수도 있다. 어쨌든 월드컵에서의 성공 경험은 반드시 전수되어야 한다. 이럴 때 시대와 세대를 이어가는 맥이 생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그리스와 1차전을 끝내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영표는 이렇게 선언했다. “오늘은 우리가 어떤 비판도 거부할 수 있는 날이다”. 2-0이라는 스코어로 상징되는 완승의 경기력,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성취감, 스스로 만족할 만한 내용과 결과를 근거로 갖는 당당함이 취재진을 압도했다. 졸전 혹은 고전 끝에 본선에 진출한 것만으로 위안삼는 선수들이 아니라, 어떤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있는 당당함을 회복하는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 남은 9개월은 잃어버린 투혼과 자신감을 채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영상] 페루 팬들이 뉴질랜드전을 준비하는 방법

포포투 트렌드

[영상] 포그바는 모든 친구와 다른 악수를 나눈다!

Responsive image

2017년 11월호


[FEATURE] 지네딘 지단: 역사상 최고 명장의 탄생
[KOREA] 히딩크 파라독스: 히딩크 이슈로 본 대표팀 감독의 자격
[INTERVIEW] 에드빈 판데르 사르, 다비드 바그너
[SPLIT A] K리그 클래식 스플릿A의 성공비결 (6팀 에이스 단독 인터뷰)
[특별기고] 카카: 내가 맨시티 이적을 거절한 이유
[풋볼스티커] 다이어리, 스마트폰 등 다용도 축구 유명 문구
[브로마이드(40X57cm)] 유주안, 장철용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홍재민,임진성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