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chance] 러시아 가려면 26명 모두를 믿어라

기사작성 : 2017-09-05 01:18

-우즈벡전이 다가왔다
-감독이 선수를 믿어야 최고의 팀이 된다
-11명이 아니라 26명 모두를 믿어야 한다

본문


[포포투=정다워(타슈켄트)]

“김영권은 주장이다. 내일 경기에 확실히 나온다.”

4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자신이 선임한 주장에게 확고한 믿음을 보냈다. 앞선 이란전에서 작은 실수를 몇 차례 범했고, 경기 후에는 오해의 소지가 담긴 발언을 해 핵폭탄급 논란을 만들었지만 김영권을 향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출전하는 선수 명단과 전술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시점에 김영권의 선발을 공언했다. 선수 입장에선 힘을 얻을 수 있는 발언이다. 선수는 자신을 믿는 감독과 함께할 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한다. 반대로 믿지 않는 감독 아래에서는 의욕을 상실한다.

6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예선 10차전에서 신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뽑은 26명 전원을 전폭적으로 믿는 것이다. 그래야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건 승리다. 신 감독은 지난 선수 선발 기자회견에서 보여줬던 선수들을 향한 믿음이 말뿐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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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전원을 믿어야 시야가 넓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유럽, 중국, 중동, 그리고 일본 등으로 이적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여기서 발생한 논란이 해외파와 국내파의 차별 대우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전임 감독들이 해외파를 중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팀 내 경쟁이 사라졌고, 결국 동력을 잃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특정 선수들만 신뢰한다는 비판 속에 쓸쓸하게 퇴장했다.

해외에 진출한, 특히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이 우수한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수준 높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이란전에서 신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구자철, 장현수, 김영권, 김승규 등 총 7명의 해외파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공격수는 조직력보다 개인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라는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감독은 경기 의도, 혹은 목표에 따라 라인업을 구성한다. 대승이 필요할 땐 공격적으로 베스트XI을 꾸려야 한다. 반대로 무승부가 목표일 땐 수비에 무게를 둔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둔 신 감독은 나름의 목표를 설정했다. 실점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공격의 끈을 놓지 않는 축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적합한 베스트XI을 꾸리려면 많은 옵션을 조합해봐야 한다. 특정 선수들을 한정해 수싸움을 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사용할 패가 부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최대한 많은 선수를 믿고 써보면 더 많은 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지금 신 감독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뽑은 26명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쿼드를 꾸리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혼다 게이스케, 카가와 신지 등 에이스급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하고도 난적 호주를 잡아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바히드 할릴로지치 감독의 유연한 사고가 일본을 러시아로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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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까지 믿어야 한다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위기에 직면하는 순간이 있다. 지난 이란전이 대표적이다. 한 명이 퇴장 당한 이란을 상대로 한국의 공격수들은 별 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한 골이 급한 상황에서도 신 감독은 공격수 교체를 망설였다. 김신욱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 다음 공격 교체 카드는 후반 44분이 돼서야 나왔다. 신 감독은 계속해서 선발 출전한 선수들을 믿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유효슈팅 0개. 월드컵 진출 실패의 위기에 놓인 것도 이란전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베스트XI에게 믿음을 보내는 건 자연스럽다. 반드시 믿어야 한다. 하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벤치에 앉은 선수들도 믿어야 한다. 과감하게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 선발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을 높이 평가했다.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등 K리그 베테랑들을 오랜만에 호출한 근거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데 쓰지 않는 건 인력 낭비다. 경기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선수 교체를 통해 흐름을 바꾸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교체카드 3장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명장들은 늘 다양한 교체 선수들을 활용해 찬사를 받는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한국은 다양한 상황에 놓일 게 분명하다. 선제골을 넣을 수도 있고, 추가골까지 기록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선제골을 내줘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팽팽하게 균형을 이룰 수도 있다. 신 감독 머리 속에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써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신 감독의 용병술이 필요하다. 적절하게 선수를 교체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신 감독은 자신이 뽑은 다양한 선수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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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다양한 패가 존재한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에 총 26명을 선발했다. 관중석에 앉을 3명은 경기 당일에 결정된다. 어느 때보다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공격진은 화려하다. 오스트리아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는 황희찬은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에이스다. 존재감이 가장 뚜렷한 공격수다. 권창훈은 정확한 킥과 효과적인 움직으로 공격을 이끈다. 이재성은 유연한 플레이와 동료를 활용해 전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남태희는 드리블과 돌파가 장점이다. 개인 능력으로 수비를 따돌리는 데 능숙하다. 부상에서 회복한 기성용도 늘 믿음직하다. 신 감독은 기성용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K리그 베테랑들의 활용 가치도 높다. 이동국은 연계 플레이의 달인이다. 2선으로 내려와 동료에게 연결하고 공격의 실마리를 찾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치와 관계없이 골을 넣을 수 있다. 염기훈은 대표팀에서 가장 정확한 킥을 자랑한다. 그의 킥 능력에는 기복이 없다. 이근호는 활동량과 투지가 장점이다. 파괴력 있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흔들 수 있다. 김신욱은 세 선수와의 궁합이 모두 잘 맞는다. 아시아에서만큼은 강력한 높이를 활용할 수 있다. K리그 선수들은 조기 소집해 일주일 동안 호흡을 맞췄다는 장점도 있다.

이란전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김민우도 왼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옵션이다. 만약 대표팀이 백3를 쓴다면 김민우가 김진수 대신 출전할 수 있다. 고요한은 최철순 대신 오른쪽 수비수로 뛸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김기희와 장현수 등이 대체할 수 있다. 김영권의 중앙 수비수로 A매치에 데뷔했던 김민재는 이란전 최대 수확이었다. 김주영은 대표팀에서 가장 파이팅이 넘치는 수비수다. 믿고 쓸 카드는 충분하다.

신 감독은 자신의 의도대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교체 카드로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은 선수 모두를 믿어야 할 때다. 넓은 시야로 팀에 낼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 단 한 명도 불신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손에 넣은 패를 모두 신뢰하고 자신 있게 내밀어야 한다. 선수를 믿지 않는 감독이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 감독의 실패는 팀의 실패를 의미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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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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