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우리가 몰랐던 한국영의 이야기

기사작성 : 2017-07-07 14:55

-강원 유니폼 입으며 K리그에 온 한국영
-우리가 몰랐던 그의 속마음
-"행복하고 싶다"라고 말한 이유는?

본문


[포포투=정다워(강릉)]

“행복하고 싶어요. 언제부턴가 축구를 단순히 직업으로 인식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의무 같은 것처럼요. 슬프더라고요. 대표팀에 가는 것보다 제가 행복한 게 좋아요 이제.”

한국영(27, 강원FC)의 입에서 뜻 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투지, 희생, 헌신의 아이콘 같은 존재가 삶을 달관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피치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던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프로 9년차에 접어든 스물 여덞의 한국영은 이제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2017년 후반기 어쩌면 우리는 한국영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가짐부터 플레이스타일까지, 한국영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깰 준비를 마쳤다.

Responsive image

FFT: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군대 때문에 왔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여름에 K리그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주로 달리는 악플 알고 있죠?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깔끔하게 팀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했어요. 임대가 아니라 완전 이적을 하려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팀에서 반대도 심했고요. 카타르에서 영주권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까지 잡으려고 했어요. 5년짜리 비자가 없는데 따로 만들어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저만 생각했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전 한국 사람이잖아요. 대한민국 남자가 그렇게 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FFT: 고민 안 했어요? 어쩌면 혹 할 수도 있는 제안 아니었나요?
크게 고민을 하지는 않았어요. 알가라파에서 함께했던 페드로 감독님이 스코틀랜드 레인저스로 가셨어요. 저에게도 제안을 했죠. 병역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함께 가자고 설득도 하셨죠. 하지만 갈 수 없었어요. 축구선수이기 전에 저는 대한민국 시민이니까, 의무를 꼭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FFT: 우여곡절 끝에 강원에 오게 됐네요. 어떤 점에 끌렸나요?
총 5팀에서 공식 오퍼를 받았어요. 가장 먼저 제안한 팀이 강원이에요. 가장 적극적이었고, 저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FFT: 강원에 친한 선수는 없나요? 이것 저것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면서부터 물어봤어요. (이)범영이 형이랑 (이)근호 형에게 좀 물어봤어요. 지난 국가대표 소집 때 근호 형에게 많은 걸 물어봤죠. 친절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강원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조언해 주셨죠.

Responsive image

FFT: K리그에 처음 온 소감은 어때요? 아직 어색하죠?
제가 낯을 좀 가려요. 처음엔 그게 좀 심해서 아직 힘들어요. 좀 전에 밥 먹는데도 속으로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꿈 꾸는 느낌 같기도 해요. 많이 어색하죠. 어제 처음으로 새 집에 들어갔어요.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 팀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하.

FFT: 그래도 날씨는 카타르와 비교하면 살 만하지 않아요?
한국 날씨가 더 좋긴 해요. 거기는 건식 사우나 느낌이죠. 습하지는 않은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현지 날씨에 적응을 다 했어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살다 보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일부러 더운 데서 운동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한국 여름은 많이 습해요. 이런 날씨도 적응하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FFT: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국내에서 뛰는 장점이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너무 좋아요. 어제도 회 먹었어요, 제가 좋아하거든요. 카타르는 무슬림 국가라 돼지고기는 아예 못 먹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한국에서 보내주신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양고기도 많이 먹었어요. 근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자꾸 먹으면 질려요.

FFT: 처음으로 팀에서 한국어로 대화를 하게 됐어요. 마음 편하지 않아요?
너무 좋아요. 한국에서 한국말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일본어는 어느 정도 했어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어요. 인터뷰도 했고요. 아랍어는 아예 못했어요. 어려워서 배울 엄두도 안 났죠. 대신 영어로 이야기했어요. 선수들한테 많이 배웠죠. 이제 공부할 일 없겠네요.

FFT: 강원에서 훈련한 소감은 어때요? 일본, 카타르와는 차이가 크지 않나요?
일단 굉장히 의욕적이에요. 분위기도 밝아요. 개막하고 몇 달이 지나서 그런지 감독님이 많은 말씀을 안 하셔도 선수들이 잘 아는 것 같아요. 조직력이 좋다는 느낌이에요. 카타르와 가장 큰 차이점은 훈련 시간이죠. 거긴 더워서 늘 저녁에만 하니까요. 밝은 낮에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요.

Responsive image

FFT: 최윤겸 감독님은 한국영 선수에게 4-1-4-1 포메이션에서 ‘4’에 해당하는 중앙 미드필더 맡기겠다고 하셨어요. 국가대표팀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만 봤기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생소한 모습일 것 같아요.
아마 박스 투 박스 형태의 미드필더에 가까울 것 같아요. 편한 역할이에요. 사실 저는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 보는 걸 선호하지 않아요. 공수 모두에 관여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죠. 대표팀에 오면 확실히 그 역할만 해서 힘든 점도 있었어요.

FFT: 공격적인 역할도 해야 할 텐데, 압박이 심한 K리그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축구라는 게 어딜 가든 똑같다고 생각해요. 일단 강원이라는 팀의 색깔을 이해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황)진성이 형과 뛰면 제가 공격을 지원하고, 또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거죠. 아무래도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 어색해서 큰 일이네요.

FFT: 이제 득점에도 관여해야겠어요. 커리어에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아니었는데, 골 넣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아예 못 넣었어요 .완전 수비형 미드필더만 봤으니까요. 카타르에서는 세 시즌 동안 12골을 넣었어요. 박스 안에서 반, 밖에서 반 넣은 것 같아요. 머리로도 한 골을 넣었죠. 많이 넣은 건 아닌데 그래도 아예 골을 못 넣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K리그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려야죠.

FFT: 국가대표 한국영에서 K리거 한국영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어요. 한편으로 걱정되지 않아요? 진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테니까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돼요. 그래도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거죠. 그걸 이겨내려고 노력해야죠. 대표팀에서 많은 걸 주지만 많은 걸 빼앗기도 해요. 예를 들면 10경기 잘하다 한 경기 못하면 욕을 먹어요. 무서운 곳이죠. 대표팀을 많이 안 갔던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비난 받을 일이 애초에 없는 거니까요. 대표팀은 원래 비난을 받는 곳이에요. 그런 일에 익숙해서 웬만하면 담담하게 인정하려고 노력해요.

Responsive image

FFT: 대표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네요. 한국영 선수를 아꼈던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어요.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건데 우리가 이기지 못해서 감독님이 떠나셨어요. 굉장히 죄송하고 마음이 아파요.

FFT: 이제 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표팀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테니까요.
저는 대표팀을 지난 5년 동안 했는데 처음부터 최근까지 늘 긴장했어요. 갈 때마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죠. 명단 발표할 때마다 떨렸어요. 이제 대표팀에 꼭 가야겠다라는 압박감은 없어졌어요. 한국에 왔으니까 이 팀에서 잘하는 게 우선이에요. 대표팀 못 가도 5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어요.

FFT: 의외의 대답이네요. 월드컵에 대한 꿈도 별로 없는 건가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월드컵에 가면 좋지만 욕심내지 않으려고 해요. 괜히 압박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 하루 하루 충실히 살고 싶을 뿐이에요. 저도 많은 경험을 쌓았어요. 내년이면 스물 아홉이에요. 어린 나이가 아니죠. 시야가 넓어졌어요. 대표팀을 하면서 상당히 힘들었어요. 심리적으로 정말 어려운 시기였죠. 지금은 내려놓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FFT: 막상 대표팀에 못 가면 허전하지 않을까요? 서운하기도 하고요.
맞아요, 아마 그럴 거예요. 대표 선수가 되는 건 늘 좋은 거예요. 제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대표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집착하지 않으려고 해요.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강원을 위해 뛰고 싶어요.

FFT: 그럼 이제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요?
저 행복하게 축구 하고 싶어요. 제가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원래 축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축구를 단순히 직업으로 인식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의무 같은 것처럼요. 슬프더라고요. 대표팀에 가는 것보다 제가 행복한 게 좋아요 이제. 의무에서 벗어나 즐기면서 뛰고 싶어요. 최대한 동료들과 웃으면서요. 원래 사소한 게 행복이잖아요.

FFT: 그럼 앞으로의 5개월 동안 행복하게 축구 해야겠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5개월은 짧죠. 일본, 카타르 가면 적응하는 기간이 늘 걸렸어요. 경기 뛰면서 적응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여기서는 반 시즌만 보내고 가야 해요. 최대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대표팀에서의 고정적인 역할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성이 늘어나는 건 무기가 더 생긴다는 거니까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5개월 동안 저도, 동료들도, 팀도, 팬들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진=FAphotos
writer

by 정다워

잡다하게, 다양하게, 버라이어티하게. 다 같은 말임. @weoda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instagram] '망가 컬렉션' 나이키 머큐리얼 슈퍼플라이 V

포포투 트렌드

[twitter] '경기장 난입' 개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Responsive image

2017년 09월호


[SPECIAL] 2017-18 프리미어리그 '영국 현지' 시즌프리뷰
[99 THINGS] 새 시즌 99가지 희망 뉴스 (인터뷰: 에릭센, 귄도간, 코클랭, 알라바, 큐얼, 볼라시에)
[FIRST] 프리미어리그 원년 시즌 역사
[INTERVIEW] 윌리암 갈라스, 마렉 함식
[BRIDGE] 안영학 은퇴경기 현장 르포

[브로마이드(40x57cm)] 네이마르, 손흥민, 염기훈, 이재성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홍재민,임진성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